작성일 : 20-01-28 14:01
적묵당
 글쓴이 : 조계산선암…
조회 : 196  

35. 적 묵 당


스님.. 절에서는 왜 밥 먹는 곳을 적묵당이라고 하나요?

적묵당이라는 현판을 보는 순간 왠지 밥 먹기가 부담스러워요.

다른 절에서도 밥 먹는 곳을 적묵당이라고 하나요?

템플스테이 오신 분들 중에 이따금 선암사 식당을 왜 적묵당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한다.


먼저 절에서는 밥 먹는 것을 공양이라고 한다. 본디 부처님께 올리는 모든 시주물을 공양이라고 한다.

쌀 과일 향 등 차 그리고 꽃 등이 모두 공양물이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는 운심공양도 있고

업장을 소멸하기 위해 자신을 불태워서 바치는 소신공양도 있다.

부처께서는 공양 받을 자격이 있는 분이라고 하여 응공이라고도 하는데 스님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는 수행자다.

그러므로 공양간은 음식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내가 공양을 받을 만 한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공양은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 그리고 스님 등 삼보에 귀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다른 절에서는 적묵당을 강원, 선원 등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또한 초심자들의 정진처, 종무소나 선객, 묵객의 숙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헌데 선암사에서는 적묵당을 공양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밥 먹는 것도 수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고요속의 고요보다는 소요로움 속에서 고요를 찾는다는 뜻이 담겨있다. 물속에 있으면서도 물에 젖지 않는 도리.. 불 속에 있으면서도 불에 타지 않는 도리라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절에서는 공양간과 더불어 세면장과 화장실 등 3곳에서 더욱 말을 삼가라 한다.

씻으면서 내 안에 뭔가 더 씻을 것은 없는지 생각하는 시간이다, 버리면서도 마찬가지로 내 안에 무언가 더 버릴 것은 없는지 생각하는 시간이고, 밥을 먹으면서 먹는 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삶에서 , , , , , , , 즉 일거수일투족이 수행 아닌 것이 있으랴만

공양간도 예외 없는 수행공간으로 활용하는 선암사의 정신은 선암사가 먼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한국불교 최고의 강당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해 준다고 하겠다.

 

그러기 때문에 적묵당에 들어갈 때는 예 가 있어야 한다.

공양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신발부터 바로 벗고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

실내로 들어가면 합장을 하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절을 한다.

손은 공손히 모아 차수를 하고 발뒤꿈치를 가볍게 들어 소리 나지 않도록 걷는다. 음식을 담을 때는 귀한 음식이 남지 않도록 잘 가늠하고, 먹을 때는 소리 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적묵당이라는 편액이 말씀이 없는 중에 그렇게 말씀을 하고 계신다.

음식은 곧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대가 되고 세포가 되나니.. 음식은 곧 나의 생명이다.

오늘 하루도 이 음식을 못 먹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가.

유니세프의 굶어 죽어가는 어린 영혼들의 모습이 과거 우리의 모습은 아니었던가.

이치가 이러하다 보니 어찌 음식을 함부로 대하거나 투정을 부리거나 낭비를 할 수 있겠는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겉만 엄벙부렁 컷지 미거하기 한량없다.

헌데 지금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 너무 느슨한 것은 아닌지..

선암사 적묵당에서의 공양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있습니다. 이 음식으로 주림을 달래고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사회 대중을 위하여 봉사 하겠습니다.”

밥을 먹을 때마다 고하는 공양 게송은 곧 내 자신과의 약속이다.

 

우리는 걸식을 하면서 하루 한 끼를 드셨던 부처의 그 거룩한 정신의 계승자들이다.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매일 부처님 전에 마지(摩旨)를 올리지 않은가.

마지는 몸과 마음을 연마한다는 의미인데 하루 한 끼 사시에 올리는 부처님 공양을 말한다.

밥도 나라에 오르면 수라요, 양반이 먹으면 진지요, 상민이 먹으면 입시요, 제사에 오르면 뫼라고 하는데 부처께 올리는 마지야 말로 제일 거룩한 밥이라고 하겠다..

부처께 올린 마지는 다시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선신께 내려오고 예불이 끝나면 그 밥을 내려서 대중이 나누어 먹는다.

그래서 절 음식을 선식(禪食)이라고도 하며 선식은 부처와 호법선신들께서 이미 드셨기 때문에 허해서 배불리 먹어도 살찌는 법이 없고 돌아서면 금방 배가 고프다고 하는 것이다.

 

이토록 선암사 적묵당은 음식을 통하여 수행의 근본으로 삼는 도량인 동시에 가난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다시 가난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역사의 도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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