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 지암스님 하안거 해제 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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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계묘년 하안거 해제일입니다.
올해는 유독 폭우와 맹서가 계속되는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만,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구순안거를 정신하신 납자 여러분과 사중 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본사의 주지가 새로 선출되어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대중 스님들께서도 ‘공심’과 ‘합심’으로써 신임 주지를 도와 본사의 발전을 이끌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예부터 출가 수행자를 ‘운수(雲水)’라고 부릅니다. 수행자는 구름과 물처럼 살아라는 뜻입니다.
구름은 인연취산(因緣聚散)하는 것이어서 고정불변의 실체라 할 만한 것이 없고, 또 무엇으로도 묶어 둘 수 없는 것으로 스스로 얽매이거나 집착함도 없습니다. 까닭에 연기(緣起)고 공(空)이며, 그러한 이치대로 실천해 나아가는 것이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물은 어떠한 산보다도 높은 하늘의 구름에서 생겨납니다. 구름이 모여 물방울이 되는 순간 아래로 떨어지고, 대지를 적시며 묻 생명을 살립니다. 그러나 물은 결코 높은 곳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고 쉼 없이 가장 아래로 흘러 바다가 됩니다. 이처럼 결코 교만함 없이 항상 겸허해지려는 것이 수행이며, 정법의 감로수로써 묻 중생의 참 생명을 일깨워 키우는 것 역시 수행이라 할 것입니다.
오늘 하안거를 성만하고 산문을 나서는 납자여러분! 그리고 사부대중 여러분!
‘운수(雲水)’라는 말이 담고 있는 뜻을 깊이 새기고, 오탁(五濁)의 악세 속에서도 쉼 없이 스스로를 닦아 중생들의 본이 되어 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립니다.
無心月光寂照山(무심월광적조산)
무심(無心)한 달빛이 고요히 산을 비추니,
有葉古木吐法水(유엽고목토법수)
이파리 무성한 고목은 법수(法水)를 토해낸다.
無休曺溪但流下(무휴조계단류하)
쉼 없는 조계(曹溪)는 다만 아래로만 흐르니,
有利萬生惡處上(유리만생오처상)
묻 생명을 이롭게 하고도 윗자리에 있기를 싫어한다.
불기 2567년 음력 7월 15일.
태고총림선암사 방장 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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